조직이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지식, 암묵지
기업의 지식은 어디에 있을까요?
업무 매뉴얼, 보고서, 고객 데이터, 회의록, 사내 시스템...
조직은 많은 지식을 기록하고 축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일을 잘하는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고객의 몇 마디만 듣고도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업무가 어느 지점에서 막힐지 미리 알아차리고,
여러 대안 중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골라냅니다.
“어떻게 알았어요?”라고 물으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년간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축적된 판단 기준과 노하우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경험을 통해 축적되어 실제 행동과 판단에 사용되지만, 스스로 명확히 인식하거나 언어로 완전히 표현하기 어려운 지식을 ‘암묵지(Tacit Knowledge)’라고 합니다.

조직 연구에서 암묵지는 오랫동안 중요한 주제로 다뤄져 왔습니다.
2019년 Academy of Management Annals에 발표된 연구 리뷰에서도 암묵지를 실제 행동에서 활용하지만 명확하게 의식하거나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식으로 설명합니다.
조직 안을 들여다보면 이런 지식은 곳곳에 있습니다.
고객을 오랫동안 상대하며 쌓인 대응 방식,
특정 업무를 반복하면서 익힌 순서와 요령,
협업할 때 어느 지점에서 갈등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감각,
실패했던 프로젝트를 통해 생긴 판단 기준,
매뉴얼에는 없지만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업무 방식.
이런 지식은 사람과 함께 조직 안에 축적됩니다.
같은 데이터와 매뉴얼을 가지고 있어도 경험에 따라 상황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인이 알고 있는 것과 조직이 알고 있는 것은 다릅니다
Ikujiro Nonaka는 1994년 Organization 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서 조직의 지식이 개인의 암묵적 지식과 표현 가능한 명시적 지식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새로운 지식은 개인에게서 시작되지만, 조직은 그 지식이 표현되고 다른 사람에게 확장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한 직원이 10년 동안 한 업무를 담당하며 뛰어난 노하우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 직원에게는 분명 많은 지식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지식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공유되지 않고, 조직의 의사결정이나 새로운 문제해결에 활용되지 못한 채, 그 사람이 떠날 때 함께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개인에게 축적된 경험이 조직 안에 존재한다는 것과 그 경험을 조직이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2023년 International Journal of Information Management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미국과 폴란드의 IT 종사자 729명을 대상으로, 개인에게 축적된 암묵지가 어떻게 조직 안에서 공유되고 활용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연구에서는 암묵지가 경험 속에 축적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항상 개인에게 명확하게 인식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개인이 자신이 가진 지식과 노하우를 인식하고, 그것이 실제 상황에서 유용하다고 느낄수록 그 지식을 업무에 활용하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는 의지도 커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이 가진 암묵지를 인식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과정은 개인의 경험을 조직 차원에서 활용하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됩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암묵지의 인식과 공유는 조직의 프로세스 혁신과 제품·서비스 혁신과 긍정적인 관계를 보였습니다.
결국 개인이 경험을 쌓는 것만큼이나, 그 경험 속에 축적된 지식이 드러나고 다른 구성원과 공유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동디자인에서는 사람들의 ‘경험’을 다룹니다

공동디자인 과정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만납니다.
처음에는 “특별한 의견은 없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이야기했던 사람이,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상황을 떠올리고 그 경험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표현해보고, 다른 사람의 경험과 나란히 놓아보기 시작하면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여기서 항상 어려웠어요.”
“저희 부서에서는 이 과정이 조금 달라요.”
“예전에 비슷하게 해봤는데 이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 사람의 경험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불러오고, 각자에게 흩어져 있던 경험과 판단이 함께 살펴볼 수 있는 형태로 드러납니다. 그 다음에는 서로의 경험을 비교하고, 연결하고,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봅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에게 머물러 있던 경험의 일부가 팀이 함께 살펴보고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재료가 됩니다.
공동디자인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위해 경험을 시각화하고, 서로의 경험을 비교하고, 그 관계를 구조화하는 다양한 활동을 활용합니다. 말로 바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경험을 꺼내볼 수 있는 단서를 만들고, 개인의 경험을 다른 사람의 경험과 연결하면서 그 안에서 반복되는 문제와 의미를 함께 발견해가는 것입니다.
모든 암묵지를 완벽하게 언어화하거나 문서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구성원들이 쌓아온 경험을 꺼내보고, 서로 연결하고,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과정은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개인에게 머물러 있던 경험과 판단이 팀이 문제를 이해하고 새로운 판단을 내리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조직은 새로운 문제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데이터와 새로운 지식을 찾습니다.
그와 함께 한 번쯤 살펴볼 만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 조직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일하면서 무엇을 배웠는가.
그리고 그중 얼마나 많은 것이 다른 사람과 공유되고, 의사결정에 활용되고, 다음 사람에게 이어지고 있는가.
조직이 가진 지식의 범위는 문서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것보다 훨씬 넓을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아직 조직이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이라는 지식, 암묵지도 있습니다.
조직 안에 흩어진 경험과 노하우를 실제 문제해결에 활용하려면,
그것을 꺼내고 연결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구성원의 경험을 구조화하고, 팀의 실제 문제를 함께 정의해
해결방안과 실행계획까지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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